[목회칼럼] 2021.08.15 다녀 오겠습니다.

올 해로 92세이신 저의 부친께서 최근에 건강이 급격히 약화 되셨습니다. 한국에 있는 형제들은 아버님을 요양원에 모시기로 결정하고 준비하는 중에 위급한 상황이 되어 입원하여 검사를 했는데, 담낭암 말기로 판명이 났습니다. 그동안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으셨는데, 담낭 검사는 포함되지 않았던가 봅니다. 담당 의사는 3개월 정도 사실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합니다. 아버님 건강에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아서 11월에 방문 계획을 세웠는데, 얼마 전에 8월 말로 방문 일정을 당겼습니다.

지난 주간에 형님에게서 다시 소식이 왔습니다. 담당 의사가 보호자를 찾아서 만나 보았더니,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어 일 주일을 넘기지 못할 거라고 말 해 주었다는 것입니다. 기왕 올 예정이면 조금 더 앞당겨 와서 임종도 보고 장례식도 치루고 가라고 하셨습니다. 8월 말에 교회의 미래를 위한 ‘거룩한 회의’ 일정이 잡혀 있어서 그것을 끝내고 다녀 오려고 한 것인데, 지난 월요일에 기획위원회에서 그 회의를 델타 변이 문제가 가라 앉은 다음으로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급히 항공사에 연락하여 17일(화요일)로 출발일을 옮겨 놓았습니다.

급한 소식을 받고 이틀 동안 결정을 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팬데믹 중에 부모님의 부음을 듣고도 찾아가지 못한 교우들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그분들은 백신이 나오기 전에는 감염 위험 때문에 그리고 그 이후에는 자가 격리 문제 때문에 혹은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다녀 오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셨습니다. 그 교우들을 생각하니 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고민을 좀 했는데, 그래도 다녀 오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어 결정 했습니다. 

2년 전에 어머니께서 소천 하셔서 아내와 함께 한국에 다녀 왔습니다. 그 때는 팬데믹이 터지기 전이었습니다. 저희가 다녀 온 후에 교우들께서 예배를 마련해 주셔서 따뜻한 위로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저 혼자 다녀 올 것입니다. 또한 다녀 온 후에 아무런 행사를 만들지 말아 달라고 임원회장님께 말씀 드렸습니다. 어머님을 위해 모여 위로해 주셨던 것으로 충분합니다.

이민자로 사는 것은 불효를 감수하는 것입니다. 부모님께도 불효를 하는 것이고, 형제 자매들에게도 폐를 끼치는 일입니다. 그래서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죄스럽고 또한 미안합니다. 너그러운 형제들은 미안해 할 일이 아니라고 위로해 주지만, 미안해 하지 않는다면 사람의 도리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안함을 느끼는 것으로 퉁 칠 수 없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무슨 일로든 자식의 도리와 형제의 책임을 다하도록 힘써야 합니다.

이제 저도 고아가 되는군요. 환갑이 지나도록 부모님이 살아 계셔 주신 것만도 큰 복을 받은 것이니, 감사할 일입니다. 더 감사할 일은 부모님께서 참되고 영원한 아버지를 알게 해 주셨다는 것입니다. 육신의 부모의 가장 큰 책임은 영원한 부모이신 하나님을 알게 하는 것이라고 보면, 두분은 부모로서의 소임을 다하고 가셨습니다.

윤석현 목사님이 교회 일에 완전히 적응 하셨으니, 마음 놓고 다녀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