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2021.01.24 대통령 취임식 단상

지난 수요일, 46대 대통령 취임식이 있었습니다. 그 날, 저는 고
조정보 교우님 하관 예배가 있어서 취임식 실황을 실시간으로 보지 못하고,
나중에 뉴스를 통해 중요한 장면들을 보았습니다. 다른 분들도 그랬겠지만,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행사였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삼엄한 경계 속에서 취임식이 진행되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극단적인 백인우월주의자들이 테러를 꾸미고 있다는 정보로
인해 워싱턴은 폐쇄 되었습니다. 골목마다 중무장한 경찰과 군인들이
지키고 있었고, 대통령이 지나가는 곳에는 비밀 경찰들이 배치 되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습니다. 대통령이 백악관 앞에서 잠시 하차할
때에도 경호원들이 안전을 확인해야 했습니다.

이 모습은 지금의 미국의 현실을 보여 주는 상징입니다. 정치적
이념이 이토록 첨예하게 대립하고 서로에 대한 감정적인 골이 이토록
깊어졌다는 뜻입니다. 정치인들은 이러한 현실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
하기는 커녕, 그것을 이용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려 합니다.
너무도 명백한 악을 궤변으로 변호하는 모습은 인간에 대한 존경심을 내려
놓고 싶게 만듭니다. 그것이 여론을 더욱 갈라지게 만들고 격화된 감정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정말,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이 땅에서
살아가야 할 우리의 자녀들을 위해 기도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대통령의 취임식을 보면서 받은 또 다른 인상은 이 나라에는 기독교
정신으로 세워진 나라의 흔적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해설가가 평가 했듯, 이번 취임식은 예배와 별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형식으로 보아도 그렇고, 불려진 노래는 찬송가 같았고, 연설은 설교처럼
들렸습니다. 취임식이 끝난 후에 삼삼오오 모여 인사를 나누고 정담을
하는 모습도 예배 후의 장면처럼 보였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저는 ‘미국민의 의식의 뿌리에는 아직도 기독교적
심성이 남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60대 이상의
미국인들은 대부분 기독교적 분위기 안에서 자랐습니다. 그들 중 대다수가
신앙 생활을 하지 않고 있다 해도, 그들은 무의식 중에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필요한 것은 예배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진실이 그렇습니다. 분열과 갈등과 싸움의 시기에 필요한 것은
우리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예배는 모두가 하나님 앞에 서서
자신을 돌아 보아 하나가 되게 만드는 힘입니다. 취임식을 준비한
사람들은 무의식 중에 그런 은혜를 갈망 했는지 모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모두의 대통령”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현실 정책을 집행해야 하는 사람이 모두에게 좋게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정책을 결정할 때 자신을 지지한 사람만이 아니라
반대한 사람까지 생각하는 것은 필요한 일입니다. 그 약속대로 새
대통령과 새 정부가 팬데믹 종식과 경제 부흥 그리고 국민 여론
통합이라는 무거운 책무를 잘 수행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