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2021.01.10 점령 당한 미국의 심장

지난 수요일, 우리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미국 땅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무기와 흉기로 무장한 폭도들이 의사당을 점령한 것입니다.
이들은 의사당 바깥에서 집회를 한 다음 의사당에 난입하여 대통령에 대한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최종 확인하는 절차를 중단 시켰습니다. 그들은 의사당
내의 여러 시설을 점거한 채 한 나절 동안 집기를 부수고 어지럽혔습니다. 오후
6시에 발효된 통금이 되어서야 폭도들은 의사당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상황이
종료된 후 의원들은 다시 모여서 의사 진행을 속개 했고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당선을 확정했습니다.

이 사건은 미국민 뿐 아니라 전세계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미국
건국 이래 한 번도 외세에 의해 본토가 침략 당한 일이 없다고 자랑했던 역사가
이 땅의 주인임을 자처하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에 의해 더럽혀진 것입니다.
국회의사당은 미국의 심장입니다. 전세계가 우러러 보는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입니다. 무장 폭도들이 그것을 점령하고 훼손한 것은 매우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미국의 정신이 미국인 스스로에 의해 부정 당한 것입니다.

참으로 딱한 것은 이 모든 일이 현직 대통령에 의해서 일어났다는
사실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는 대대적인 선거 부정이 있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를 도둑 맞았다고 믿는 분이 없으리라 믿습니다. 이번에
의사당을 점령한 사람들은 “주정부도, 대법원도, 국회의원도 우리 말을 들어
주지 않으니 이 방법 밖에 없다”고 외쳤습니다. 입법, 사법, 행정부에 속한 그
많은 공직자들의 일치된 목소리를 거부하고 대통령의 근거 없는 주장만을
추종하고 있으니, 정상이라 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은 폭도들에게 “의사당으로
진격하자. 나도 같이 갈 것이다”라고 선동했습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그는 이
사태에 대해 아무 책임이 없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보수
어젠다를 위해 대통령을 지지 했던 사람들은 이번 기회에 모두 등을 돌렸을
것입니다. 아직도 그를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
할 것입니다.

미국 사회에서 데모 하는 광경을 보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만, 이번에는
두 가지 점에서 달랐습니다. 하나는, 그동안 우리가 보아 온 집회는 주로
흑인들의 집단적 의사 표현이었는데 이번에는 백인들의 집회였습니다. 다른
하나는 경찰의 대응입니다. 흑인들의 집회에 대해서는 압도적인 수의 경찰이
동원되고 과잉 대응을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찰의 대응이
미온적이었습니다. 어떤 경찰은 폭도들에게 문을 열어 주고 기념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백인 경찰들 중에 심정적으로 폭도들에게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이 광경을 보면서 어떤 흑인이 한 말이 인상적입니다.
“우리에게 한 것처럼 백인에게도 총을 쏘라는 말이 아니다. 백인들에게 한
것처럼 우리에게도 해 달라는 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숨겨 왔던
미국의 바닥을 보게 하는 사건이었습니다.

주님께서는 “칼을 쓰는 사람은 모두 칼로 망한다”(마 26:52)고 하셨습니다.
또한 “강대한 제국은 외세의 침략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적 분열로 멸망한다”는
역사가의 경고도 귀담아 들어야 합니다. 있습니다. 부디, 이번 사태로 인해 우리
모두의 내면에 얼마나 무서운 괴물이 숨어 있는지를 자각하고 더 낮게, 더
진지하게, 더 조용하게 자신을 돌아보며 공동선을 위해 노력하는 변화가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