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2020.12.27 아주 특별한 성탄절

코로나-19 감염증이 바꾸어 놓은 것이 많은데, 올해 성탄절을 지키는
방식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대면 예배를 드릴 수 없을 정도로
바이러스 감염 상황이 나빠졌기에 많은 교회들이 영상으로 준비 하느라
분주했습니다. 우리 교회도 항상 성탄일 오전에 모여 예배를 드렸지만,
올해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영상 예배도 드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지난 10개월 동안 매 주일 영상
예배를 준비해 온 교우들을 쉬게 해드려야 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영상 예배가 빈틈없이 진행되게 하기 위해서는 몇몇 교우들이 한 시간 동안
초긴장 상태에서 일해야 합니다. 성탄일에 조차 그런 수고를 하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영상 예배 대신에 작년에 성가대가 연주 했던
오라토리아 ‘메시아’ 영상을 성탄일 오전에 함께 보게 되었습니다.

오전 10시에 영상이 업로드 되었는데, 처음에는 접속자 수가 14명에
불과했습니다. 약간 실망스러웠지만 접속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하고 기다렸습니다. 연주 중간 중간에 접속자 수를
체크하니 서서히 늘어났습니다. 토요일 아침 기준으로 250회에
이르렀습니다. 접속 회수가 교인 가정 수를 넘어 섰습니다 혹시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은 후에라도 Youtube에 들어가셔서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성탄절은 목회자들에게는 가장 정신 없는 기간입니다. 성탄절부터
송구영신예배가 끝나기 까지는 목회자들에게 피크 타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덕분에 이번에는 제가 목회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한가하고
느슨하게 성탄절을 지냈습니다. 그렇기에 저희 부부에게는 가장 은혜로운
성탄절이 되었습니다. 평소에는 교우들에게 은혜를 끼치기 위해 부심하느라
정작 우리 자신은 텅 빈 채 탈진에 이르곤 했는데, 이번에는 차분히, 조용히
기도와 묵상과 찬양으로 지낼 수 있었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선물입니다.

“넘어진 김에 쉬었다 간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어찌 보면, 코비드-19
감염증은 우리로 하여금 잠시 쉬었다 가도록 몰아 세우고 있는지 모릅니다.
우리 스스로 멈추고 쉬어갈 줄 모르니 모든 것을 셧다운 시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공백을 견디지 못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 자신을 들볶고 분주하게 만들려 합니다. 저도 그런 유혹을
받고 있지만, 꼭 필요한 일 외에는 ‘하지 않고 살아가기’를 힘쓰고 있습니다.
이번 성탄절을 지내면서 그 유혹을 떨쳐 낸 것에 대해 감사히 느꼈습니다.

이제, 유별 났던 2020년을 보내고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새해를
시작합니다. 새해가 어떤 선물을 안겨 줄지 혹은 무슨 일로 놀라게 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지난 한 해를 버티게 하신 하나님께서 다가오는 한 해도
견딜 수 있게 하실 것입니다. 올 해는 전혀 모르고 당했지만, 이제는 한 해
동안 당하면서 얻은 교훈이 있습니다. 꼭 필요한 일에 대해서는 더욱 충실히
행하지만 그렇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는 내려 놓을 줄 아는 지혜가 그 중
하나입니다.

그 마음으로 새해를 맞을 수 있기 바랍니다. 올 해도 주님께서 우리를
인도하신 것처럼 내년에도 인도해 주실 것입니다. 모두 모두 해피, 해피 뉴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