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2020.12.20 희망의 근거

Merry Christmas! 우리 가운데 육신을 입고 오신 주님의 은혜와 자비가 교우님께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얼마 전, 저는 새해의 목회 계획을 구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 동안 저는 ‘목회 계획을 세워 보아야 무슨 소용이 있나?’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내년에도 상당한 기간 동안 셧다운 상태가 지속될 터이므로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임시방편으로 때우며 지내야 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연말이 가까워지자 ‘그래도 기본 그림을 그려 놓아야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내어 새해 칼렌더를 보면서 목회 계획을 짰습니다.

계획을 짜려 하니, 어느 정도의 타임 라인을 정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대로라면, 내년 4월 즈음에 제한적이지만 대면 예배를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내년 4월 첫 주일이 부활 주일입니다. 백신 공급이 차질없이 진행된다면, 부활 주일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전 거리를 지키면서 함께 모여 예배 드릴 수 있으리라 예상합니다. 물론, 사정에 따라 더 늦어질 수도 있고 더 빨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 그리고 우리 국민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내년 부활주일을 기점으로 서서히 정상을 찾아간다는 가정 하에 목회 계획을 짜다 보니, 제 마음에 식었던 열정이 회복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9월 첫 주말에 전교우 수양회를 계획하고 가을철에 여러 가지의 모임을 계획하다 보니, 제 마음은 벌써 정상을 되찾은 것 같았습니다. 새해 목회 계획을 다 짜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온 몸에서 힘이 느껴졌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제 마음이 회복된 것입니다.

이 작은 경험을 통해 저는 희망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제 형편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다만, 목회 계획을 짜는 동안에 내년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소망이 마음에 들어찬 것입니다. 그 소망은 근거 없는 바램이 아니라 백신의 공급이라는 현실에 근거한 희망입니다. 그렇기에 그 희망은 제 마음 상태를 바꾸고 열정을 회복시킨 것입니다.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 보면 맨 아래층 입구에 “너의 모든 희망을 버려라”고 써 있습니다. 희망 없는 인생이 곧 지옥이라는 뜻입니다. 그 말을 뒤집으면, 희망이 천국의 조건이라는 뜻입니다.

성탄절은 희망의 계절입니다. 그래서 집집마다 전등으로 불을 밝힙니다. 어둠에 빛이 비치듯이 예수님은 절망의 땅에 오셔서 희망을 밝혀 주셨습니다. 백신의 보급으로 인해 결국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음을 믿듯,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 땅에서 겪게 되는 모든 문제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음을 믿습니다. 그렇게 믿고 그렇게 소망하고 그렇게 살아갈 때 우리의 마음에는 열정이 회복되고 우리의 표정에는 미소가 번집니다. 우리는 그 소망의 힘으로 죽음의 문턱 까지도 찬송하며 넘어갑니다.

성탄을 맞아 이 희망이 모든 교우들께 넘치기를 기도합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