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2020.06.14 민수기를 끝내고 신명기를 시작합니다

지난 6주간 동안 민수기를 읽고 묵상했습니다. 히브리어 성경은 첫
글자를 따서 제목으로 삼는데, 히브리어 성경에서 민수기는 “광야에서”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그것이 히브리어 성경 민수기의 제목입니다.

민수기는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떠난 2년 후 시내 광야에서
출발하여 모압 평야에 이르기까지의 38년 역사를 그리고 있습니다.
1장부터 9장까지는 1차 인구 조사 결과와 레위 지파에 관한 여러 규정들을
담고 있고, 광야 여정에 대한 기록은 10장부터 시작됩니다. 하지만 그
기간에 대한 기록은 20장에서 끝나고, 21장부터 36장까지는 모압 평야에서
가나안 점령을 준비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까닭에 민수기는 이스라엘 백성의 38년 광야 여정에 대한 몇
장의 스냅 사진을 모아 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빛 바랜 흑백 사진
열 장을 보고 38년 동안의 광야 여정을 상상해야 합니다.

10장부터 20장까지 기록되어 있는 사건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것들입니다. 광야 여정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한 백성의 불평과 불만, 모세와
아론의 지도력에 대한 공개적 도전과 저항 그리고 그로 인한 하나님의
심판의 기록입니다. 감동스러운 일화도 많았을 터인데 부정적인 이야기만을
골라 기록한 이유는 후대의 독자들이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게 하려는
까닭이었을 것입니다. 누구든, 어느 민족이든 광야 기간을 거치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작년 11월에 올해 매일 묵상 진도를 짰습니다. 공교롭게도 우리
모두가 광야를 지나는 동안에 민수기를 읽게 되었습니다. 이것도 하나님의
신비한 섭리라고 생각합니다. 민수기를 읽으면서 우리는 이스라엘 백성의
행태를 통해 광야를 걷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배웁니다. 결핍과 상실의
땅에 처할 때 우리의 본성이 어떻게 작용하게 되는지를 봅니다. 또한 우리의
본성이 이끄는 대로 살 때 어떤 불행을 만나는지에 대해서도 배우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교훈은 결핍과 상실의 땅에도 하나님은 여전히 활동하고
계시고 결국 목적지에 이르게 하신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믿고 매일
하나님의 손길에 자신을 맡기고 어떤 상황에서도 감사하며 서로를 도와
걸어 나가는 것이 광야를 지나는 방법입니다. 그럴 때 광야가 아니고는
경험할 수 없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저에게 있어서 민수기를 해설하고 묵상하는 것은 마치 광야에서
물길을 찾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때로는 오아시스를 만나듯
생명수가 쉽게 터져 나오기도 했지만, 더 많은 경우에는 땀 흘려 땅을 파고
들어가야만 샘물이 터졌습니다. 메마른 땅을 파는 것은 수고로운 일이지만,
땀흘려 얻은 생수는 더 신선한 기쁨을 주었습니다. 그것이 매일의
노고였지만 또한 매일의 만나였습니다.

내일부터 신명기를 읽습니다. 신명기는 모세가 모압 평야에서 죽기
전에 이스라엘 백성에게 준 유언입니다. 코비드-19의 상황을 비유로 하자면,
우리는 지금 모압 평야에 와 있는 셈입니다. 민수기 묵상이 끝날 즈음에
모압 평야에 이르렀으니, 신명기 묵상이 끝날 즈음에는 가나안 땅에 와
있기를 기도합니다. 제가 이 일에 들이는 정성만큼 교우들께서도 매일 말씀
묵상에 마음 담아 참여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