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2020.06.07 무엇으로 모범이 될까?

미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지난 한 주간 동안 잠시라도 인종 차별의
문제를 생각해 보았을 것입니다.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깔려
“제발, 숨을 쉴 수가 없어요”라고 호소하다가 나중에는 “엄마, 숨을 쉴 수가
없어요”라고 절규하는 장면은 누구에게나 큰 충격과 아픔을 느끼게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경찰의 과잉 진압을
비판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심지어 유럽 여러
나라에서도 동조 시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국 사회에서 소수 인종에 대한 차별과 억압이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법적으로는 누구나 인간으로서 동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독일을 방문하여 그곳 이민자들과 만나 대화하면서
미국이 이민자들에게 얼마나 너그러운 법을 가지고 있는지 새삼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미국은 처음부터 이민자로 시작된 나라지만 유럽 국가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이민자들에 대한 여러 가지의 법적 제한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입니다.

한인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이만큼의 권리와 자유를 누리고 있는
이유는 지난 4백년 동안 흑인들이 희생하며 싸워 온 결과입니다. 민권법이
통과되기 전 혹은 그 이후에 미국에 이민 왔던 분들은 법적 차별과 불이익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여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민족 특유의
유연성과 적응력 그리고 근면 절약 정신으로 인해 미국 사회에 잘 정착 했고
많은 사람들이 꿈을 이루었습니다.

한인 이민자들을 비롯해 아시아계 이민자들은 차별적인 법적 제도와
사회 구조를 고치기 위해 싸우기 보다는 불리한 조건 아래에서 성공하는
편을 택했습니다. 사회학자들은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이러한 삶의 태도를
유교에서 찾기도 하고 고난의 역사에서 찾기도 합니다. 이런 까닭에
백인들은 아시아계 이민자들을 ‘모범적인 소수인종’(Model Minority)으로
추켜 세웠고, 차별적인 법과 제도를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흑인들에 대한
논쟁의 무기로 사용했습니다.

‘모범적인 소수 인종’이라는 말은 얼른 들으면 칭찬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 표현의 배후에는 ‘사회 구조 문제에는 관심 없고 열심히 일만하는
사람들’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시아계
이민자들은 미국의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데에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자신이 떠나 온 조국의 법과 제도에 비하면 미국의 그것은 완벽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소수 민족으로서의 열등감이 입 다물고 열심히 일만 하도록
만들었는지도 모릅니다. 그 결과, 백인들은 아시아계 이민자들을 투명
인간처럼 생각하고 흑인들은 반감과 분노를 쌓아 왔습니다.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한 우리의 태도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각성하고 다짐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와 내 가족만 안전하면
된다는 생각이 혹시 우리 마음에 있지 않은지 물어 보아야 하겠습니다. 다른
소수 인종에 대한 차별 의식은 없었는지 살펴야 합니다. 우리가 이 사회를
더욱 정의롭고 공정하게 만드는 일에 공헌하는 것으로 인해 모범적인 소수
인종으로 인정 받을 수 있도록 생각과 태도를 고쳐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추구할 아메리칸 드림은 나 혼자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잘
사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기대하시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