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2020.05.31 교회 없이 살기

제가 버지니아로 이사 온 초기에 만난 부부가 있습니다. 그분들은
나름대로 선하고 성실하게 살던 분들인데 하나님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신비로운 방법으로 저를 그 부부와 만나게
하시고 저를 통해 그 부부를 주님께 인도하셨습니다. 그 이후로 그 부부는
믿음 안에서 새로운 삶을 살았고, 저에게는 신앙 안에서 그 부부가 성장하는
것이 큰 기쁨이었습니다.

몇년 전, 그 부부가 종적을 감추었습니다. 아무리 수소문 해도 아는
분이 없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그 부부에게 들인 공이 있었기에 낙심이
되었습니다. 사람을 믿는 것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그럴 분들은 아니라고
믿었기에 그 사연이 궁금했습니다. 그 이후로 그분들이 일하던 가게 근처를
지날 때마다 어찌된 일일까 생각했습니다.

두 달 전에 그 부인께서 전화를 하셨습니다. 마치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온 느낌이었습니다.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그분은 눈물을 흘리면서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쏟아 놓습니다.

가게를 차려 어렵게 운영해 가고 있던 차에 갑자기 남편이 스트록을
맞으십니다. 부인께서는 사업을 정리하고 남편 옆에 붙어 간호하기
시작했습니다. 불행하게도 남편의 상태가 좋지 않아 지난 3년 동안 재활
병원에서 간호에 매달려야 했습니다. 위급한 상태를 너무 자주 겪어서
누구에게 연락할 수도 없었습니다.

두 분은 다른 사람을 돕고 베푸는 데에는 넉넉 했는데,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은 늘 손사래를 치던 분들이었습니다. 목사와 교회는 그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인데, 그분들은 빨리 나아서 예배에 나갈 생각만 하고 연락
두절 상태로 사셨습니다.

그러던 중에 코비드-19 감염 사태가 시작되었고, 재활 병원에서는 직원
외에 모든 보호자를 내보내게 되었습니다. 3년 동안 남편 옆에서 수발
하느라 발이 묶여 있던 그 부인도 아들이 사는 집으로 나와야 했습니다. 아들
집에서 잠시 숨을 돌리면서 그 부인께서 저에게 전화를 하신 것입니다.
그분은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속히 남편을 재활시켜 주일 예배에 나와
교우들을 만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분이 지금은 아들 집에서 영상으로 우리 교회 예배에 참여하고
계시는데, 지난 주 예배 후에 문자를 보내 오셨습니다. 지난 주 설교에서
저는 코비드-19으로 인해 격리되어 살아야 하는 이 기간에 교회 없이 사는
법을 배우자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분은 당신이 지난 수 년 동안 교회 없이
살아온 이야기를 전해 주셨습니다. 재활 병원에서 아침에 한 시간씩 홀로
찬송하며 영적 힘을 얻고 하루의 짐을 감당해 내셨다고 했습니다. 주님
영접하고 7년 동안 교회를 통해 배운 신앙이 있었기에 교회 없이 살아야
했던 기간을 견뎌 낼 수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이렇듯 교회 없이 살아야 할 날이 불원간 모두에게 찾아옵니다.
그렇기에 교회가 더욱 소중하고 필요합니다. 교회를 통해 살아 있는 믿음을
얻지 못하면 교회 없이 살아야 하는 기간은 어두운 밤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어쩔 수 없이 교회 없이 살아야 하는 모든 분들을 주님께서
돌보아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