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2020.05.10 관계적 존재로 지어진 우리

어릴 때 사회 교과서에서 배워 기억하고 있는 말 중에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치학>(Politics)에서 처음 한 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인간은 본성적으로 사회적 동물이며 사회적인 관계를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신이거나 짐승이라고 했습니다. 이 사실은 지난 2백 년 동안 눈부시게 발전한 심리학 연구를 통해 확증되었습니다.

코비드-19으로 인해 2개월이 넘도록 대인 접촉을 최소화 하고 지내다 보니 우리가 얼마나 관계적인 존재인지를 절감하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없어 보아야 그것이 소중한 것을 알게 되는 법인가 봅니다. 사회적 접촉을 최소화 하고 살다 보니, 사회적 관계가 우리의 삶에 얼마나 절실한 요소인지를 깨닫습니다.

처음 영상 예배를 드리고 나서 저는 이해할 수 없는 피로감을 느꼈습니다. 한 시간 동안 카메라만 응시하고 예배를 인도하는 것이 마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요즘 흔히 하는 말로 “영혼이 탈탈 털리는 기분”이었습니다. 그 긴장감으로 인해 주일 저녁에는 쉽게 잠에 들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지만, 피로감과 긴장감은 여전합니다. 예배를 인도하고 설교하는 동안에 교우들로부터 받는 에너지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절감했습니다.

Zoom으로 성경공부를 시작했을 때도 그랬습니다. 영상으로 교우들의 얼굴을 뵙고 소통하는 것이기는 한데, 여전히 화면만을 보고 일방적으로 말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성경 공부를 끝내고 나면 한 동안 긴장감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처음 몇 주일 동안 수요일 저녁에 잠 드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전에는 수요 저녁 예배를 인도하고 집에 오면 오히려 숙면을 즐겼습니다. 기도와 찬양과 말씀을 나누면서 영적으로 충만함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것이 저만의 문제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현상이었습니다. Zoom을 통해 화상 강의를 하는 선생님들도 같은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은 한 시간 강의를 하고 나면 세 시간 강의한 것 같은 피로감을 느낀다고 했고, 어떤 분은 강의를 하고 나면 알 수 없는 불만족감에 시달린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줌 피로감’(zoom fatigue)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습니다. 재택 근무를 하면서 자주 줌으로 화상 회의를 하다 보니, 회의로 인한 피로감을 점점 더 심하게 느끼고 있다는 뜻입니다.

창세기 1장에서 하나님은 “우리가 우리의 형상을 따라서, 우리의 모양대로 사람을 만들자”(26절)라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우리”라는 복수 인칭 대명사를 사용한 것에 대해 기독교는 삼위일체의 표현이라고 해석합니다. 우주와 인간을 창조하신 하나님은 단일신이 아니라 삼위일체의 신이라는 뜻입니다. 그렇기에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되었다”는 말은 “관계적 존재로 창조되었다”는 뜻이라고 해석합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의 본성이 관계에 있듯, 인간의 본성도 관계에 있다는 뜻입니다. 그 사실을 2천 오백년 전에 아리스토텔레스가 언명했고 최근 심리학 연구가 확증했고 요즈음 자택 격리를 하면서 우리가 경험하고 있습니다.

여러 말을 했지만, 제가 말하려는 요점은 간단합니다. 교우 여러분, 뵙고 싶습니다. 하루 속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