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2020.04.12 선교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지난 수 십년 동안 자주 들어온 말 중 하나가 ‘지구화’ 혹은
‘세계화’(globalization)입니다. 온 세상을 하나의 국가처럼 만들자는 뜻입니다.
지구 전체가 공동 운명체가 되면 인류 전체가 더 행복해 질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 노력으로 인해 문명의 혜택이 지구 곳곳에 퍼져 들어갔습니다.
남아공 빈민촌이나 유카탄 반도의 오지에 사는 꼬마들이 스마폰을 들고
다니는 것을 보고 세계화의 결실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코비드-19의 전염이 전세계적인 문제가 된 것도 세계화의 열매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감염자가 보고되지 않는 18개국(북한도 이
중 하나입니다) 외에는 모든 나라에 이 바이러스가 퍼져 있습니다. 감염자가
보고되지 않은 나라들도 검사하지 않았거나 보고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의료 시설이 잘 준비되어 있어도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음을 생각하면, 그런 시설이 잘 되어 있지 않은 나라들은 어떨까 염려가
됩니다.

우리가 지원하고 있는 선교지들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멕시코
유카탄 주에도 외출 금지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나다니엘 학교 역시 주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업을 중지했습니다. 카일 선교사님은 지금 가난한 이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어 공급해 주는 일로 분주하십니다. 샌안토니오 주민들에게
하루에 350끼니 넘게 음식을 배달하고 있습니다. 그분은 음식 재료를
구입하기 위해 메리다를 오가고 있는데, 얼마 후면 동네 사이를 오가는 것도
통제될지 모른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샌안토니오 주민들 중에는 꼼짝 없이
굶어죽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 일로 인해 카일 선교사님의 속이
시커멓게 타고 있습니다.

남아공에는 계엄령에 준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백인
구역과 혼혈인 구역은 자가 격리를 잘 지키고 있는 반면, 흑인
빈민가(‘타운십’)는 약탈과 방화 같은 일들이 일어나서 군인들이
파견되었습니다. 장용석/강준이 선교사 부부는 타운십 안에 있는 사역지에
가지 못하고 정부의 지시를 따라 자택에 머물러 있습니다. 타운십 안에
바이러스 감염이 시작되면 그들의 생활 방식 때문에 타운십 전체가 사망할 수
있습니다. 남아공의 고질적인 계층간의 격차 문제가 코비드-19으로 인해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그 정체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아리조나에 있는 호피 보호구역에도 감염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멀리 격리되어 있는 지역인데도 바이러스가 침투해 들어간 것입니다.
이로 인해 임태일/박대준 선교사님이 사역하시는 동네도 모두 셧다운이
되었습니다. 호피 사람들의 생활 방식도 역시 바이러스 감염과 악화에 매우
취약합니다. 위생 관념은 약하고 공동체 의식은 강하기 때문입니다.
선교사님들이 무엇인가를 하긴 해야 하겠는데, 감염의 원인으로 지목될까
두려워 어쩌지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모든 선교지의 형편이 대략 유사할 것입니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우리의 기도가 더욱 절실합니다. 지금 몇몇 교우께서 아리조나와 멕시코에
보낼 마스크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하지 않고는 마음이 아파서
견디지 못하겠습니다. 하나님께서 가난하고 연약한 이들의 고통과 희생을
생각하셔서 이 일을 속히 끝내 주시기를 간구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