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2020.03.29 조급함을 내려 놓고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지난 한 주간도 잘 지내셨는지요? 정말 잘들 지내시는지 궁금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활절 전에 이 상황이 끝나기를 바란다고 했는데, 그런 바램이야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럴 수 있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중국이 만 4개월만에 지난 주 코로나 19의 발원지인 우한에 대한 봉쇄를 풀었다고 합니다.

미국이 이보다 더 잘 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 사태가 길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지내는 것이 더 좋을 듯합니다.

정신의학자 빅터 프랭클이 나치 수용소에서 지냈던 경험을 적은 <죽음의 수용소에서>(Man’s Search for Meaning)라는 책은 전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 책에서 프랭클 박사는 인간이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수용소에서 겪은 이야기 하나를 들려 줍니다.

같은 막사에 지내던 어떤 사람이 1945년 2월 경에 꿈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꿈에서 어떤 목소리가 소원을 말하라고 해서 전쟁이 언제 끝날 것이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그 목소리가 3월 30일이라고 답하더라는 것입니다. 그 이후로 그는 그 날만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그 날이 가까이 오는데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그는 3월 29일에 갑자기 아프기 시작했고 31일에 죽고 말았습니다. 의학적으로는 발진티푸스 때문이었지만, 자신의 희망이 이루어지지 않자 그때까지 발진티푸스 균을 밀어내고 있던 면역력이 갑자기 떨어져 버린 것입니다.

프랭클에 의하면, 1944년말부터 1945년 새해에 이르기까지 일 주일 동안 수용인들의 사망률이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추세로 급격히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번 성탄절에서는 전쟁이 끝나고 가족들을 볼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기대가 이루어지지 않자 절망감에 빠져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진 것입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습니다. 저의 지인 중에 중국 동관에서 목회하는 분이 지난 주에 8주 동안 격리되어 살고 있는 심정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쓰셨습니다. 8주 동안 갇혀 지내다 보니 엄습해 오는 무력감이 이렇게 무겁고 클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 글을 읽으며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하지만 그 일이 우리에게도 닥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좋은 것은 이 상황이 길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조급한 마음을 가지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상황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럴 때 꼭 필요한 말입니다. “넘어진 김에 쉬어가라”는 말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상황이 상황인지라 쉬어도 쉴 수 없고 즐길 마음의 여유도 없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빅터 프랭클은 죽음의 수용소에서도 의미를 찾으며 순간 순간을 즐기며 살 수 있다면 어디서든 그렇게 하지 못하겠느냐고 묻습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빼앗기고 인간적인 존엄성마저 부정당한 죽음의 수용소 보다는 나은 상황에 있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