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2020.02.02 문화 감수성

지난 화요일에 윌리엄 목사님이 제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7월에 있을 여름성경학교를 위해서 교실 장식을 하고 있는데, 이번 성경학교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용을 그리게 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동양 문화를 잘 아시는 어느 교인께서, 한국 사람들은 용을 악의 화신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리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용 그림을 교실 벽에 붙이는 것이 그토록 문제 되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어 왔습니다.

저는 한국 문화에 대한 존중심을 보여 준 것에 대해 먼저 감사를 드렸습니다. 그런 다음, 계획대로 진행해도 될 것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과거 토속 신앙에서는 그렇게 믿는 사람들도 없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교우 여러분 중에 혹시 그런 느낌이 드시는 분이 계시다면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백인 교인들이 우리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처럼, 우리 역시 그분들의 문화를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우리의 기분 때문에 그분들이 하려는 일을 하지 못하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지금 한국에서는 중국인에 대한 혐오감이 확산되고 있어서 걱정이 많습니다. 이번에 우한에서 퍼져 나온 코로나 바이러스의 숙주가 박쥐인데, 중국인들이 박쥐를 먹어서 그 바이러스가 퍼지게 되었다면서, 그들을 미개인 취급하는 것입니다. 그러자 1970년대까지만 해도 박쥐가 건강에 좋다는 소문 때문에 우리 나라에서도 박쥐 씨가 마를 정도였다는 신문 기사를 제시하면서 중국인들에 대한 혐오를 멈추라고 호소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개고기를 먹는 것으로 인해 얼마나 야만인 취급을 당했는데, 그 사실을 망각하고 다른 나라의 문화를 두고 미개하니, 야만이니 비난하고 있으니, 참 어이가 없습니다.

물론, 모든 문화가 다 존중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나라 문화 중에도 버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 중국 문화에도 버려야 할 것이 있고, 미국 문화에도 버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 비인도적이고 인간의 야만성을 자극하는 문화는 버려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으로 인해 어느 나라의 문화는 더 우월하고 어느 나라의 문화는 더 낮다고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껍질 벗긴 생쥐를 날로 먹는 모습과 산낙지를 통째로 씹어 먹는 모습 중에 어느 편이 더 혐오스러운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생소한 어떤 문화를 보고 낯설게 느끼는 것은 당연한데, 그것으로 민족적 우월감을 가지는 것은 근거 없는 비약입니다.

미국 사회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문화 감수성’입니다.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섞여 있는 사회에서 내 자신의 문화에 대해 당당해야 하지만 이질적인 문화에 대해서는 존중심을 가지고 지켜 보아야 합니다. 윌리엄 목사님이 그랬던 것처럼, 혹시나 나의 언행이 다른 문화에서 온 사람들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을지 조심해야 합니다. 내가 다른 사람의 문화를 존중해 줄 때, 그들도 우리의 문화를 존중해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