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2020.01.05 자아의 무릎 꺾기

Happy New Year! 우리가 ‘새해’라 부르는 모든 나날들에 주님의 은총이 하늘의 만나처럼 내리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매년 송구영신 예배 후에 저는 원하는 교우들에게 안수 기도를 해 드립니다. 올해도 2시간 가까이 마음과 정성을 담아 기도해 드렸습니다. 무릎 꿇고 고개 숙인 어린이의 머리에 손을 얹을 때면 제 마음에 사랑이 일렁입니다. 어른들의 머리에 손을 얹을 때면 두렵고 떨립니다. 제게 있는 권위로 행하는 일이 아니라는 믿음 때문에 담대히 손을 얹고 기도 드립니다. 저의 생각을 멈추고 하나님의 주시는 말로 기도하기를 힘씁니다. 육적으로도 힘겹고 영적 부담감도 큰 일이지만, 송구영신 때에는 저도 순종하는 마음으로 교우들 앞에 섭니다. 이 과정을 통해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일이 있음을 경험해 왔기 때문입니다.

다른 누구 앞에 고개 숙이고 기도를 받는 것은 인간적으로는 거북한 일입니다. 그렇기에 그것은 매우 중요한 영적 훈련입니다. 그것은 곧 자아를 꺾는 일이요 교만의 숨통을 조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신학대학에서 가르치는 동안 저는 송구영신 예배를 고향 교회에 가서 드렸습니다. 고향 교회에서도 예배 후에 목사님이 교인들에게 안수 기도를 해 주셨습니다. 처음 몇 해 동안 저는 ‘나라도 목사님의 피로를 덜어 드려야지’라고 생각하며 그 자리를 피했습니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그것이 저의 교만을 숨기는 핑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부터 저는 안수 기도의 자리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목사님은 적잖이 당황하셨습니다. 하지만 제 눈빛을 보시고는 정성을 다해 기도해 주셨습니다. 그 기도를 통해 저는 여러 가지 은혜를 입었지만, 가장 큰 은혜는 저 자신의 교만을 꺾는 은혜였습니다.

지난 주간에 <두 교황>이라는 넷플릭스 영화를 보았습니다. 이 영화는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 주었습니다. 제게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베네딕트 교황이 베르골리오 추기경과 대화를 나누는 중에 고해 성사를 들어 달라면서 그 앞에 무릎을 꿇는 광경입니다. 베르골리오가 사양하자 “교황도 누구에겐가 기도를 받아야 한다”고 설득합니다. 베르골리오는 건강에 해롭다면서 의자에 앉아서 하자고 제안합니다. 베네딕트 교황은 앉은 채로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베르골리오는 그를 위해 기도해 줍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누구에겐가 앞에 무릎 꿇고 기도 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영적 훈련인가를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꼭 목사나 사제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영적으로 신뢰할만한 사람 앞에 겸손히 고개 숙이고 기도를 청하는 것은 꼭 필요한 영적 훈련입니다. 아직도 한 번도 누군가 앞에서 무릎을 꺾어 보지 못했다면 더 늦기 전에 자아의 굳은 무릎을 꺾어 보시기 바랍니다. 옛 사람이 죽고 새 사람으로 살기를 소망한다면, 기꺼이 자아의 무릎을 꺾을 수 있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