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2019.10.20 아버지의 자리

저와 제 아내는 교우 여러분의 기도 덕분에 어머님 장례를 잘 치르고 건강한 몸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저희를 위해 염려해 주시고 또한 기도해 주신 모든 교우들께 감사 드립니다. 또한 제가 없는 동안에 교회의 여러 가지 일들을 챙겨 주신 임원들과 교회를 지켜 주신 교우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일찍 어머니를 여읜 교우들을 생각하면, 환갑이 넘도록 어머니를 가졌던 저는 슬픈 내색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은 분들도 적지 않으십니다. 그분들께는 저의 어머니 이야기가 상실감과 아픔을 더해 주었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혹시 그랬다면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장례를 끝내고 며칠 지난 어느 날 새벽에 일찍 잠에서 깨어 어머니 생각을 하며 누워 있었습니다. 그 때 마음에 드는 생각이 있어서 저의 페이스북에 “고향”이라는 제목으로 이렇게 썼습니다.

고향이 고향인 이유는
어머니가 그곳에 계시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떠나시니
이 땅의 고향도 사라졌다
이제/내 고향은 하늘에 있다
그곳에
내 어머니가 계시므로
어머니로 인해
하나님 나라가 더 좋아졌다
더 가까워졌다.

이 시를 읽고 형제 중 하나가 제게 묻습니다. “그럼, 아버지는 뭐여?” 저는 “시를 시로 읽어야지 산문으로 읽으면 쓰나?”라고 답했습니다만, 아버지의 존재감을 부정하는 의미로 읽힐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아버지께서 페이스북을 하지 않으시는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실제로 제 마음 안에서 어머니의 자리는 아버지의 자리와 비교되지 않을만큼 큽니다. 저와 제 형제들은 늘 아버지를 존경해 왔습니다. 그분은 90평생 자식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인 적이 없습니다. 철저하게 자신을 관리하며 아들들에게 본을 보이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와 제 형제들의 마음에는 어머니의 자리가 훨씬 더 큽니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사랑의 체험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우리 마음은 사랑에 가장 깊이 감동하고 사랑을 가장 오래 기억합니다. 어머니들은 자식들의 마음에 사랑의 경험을 자주 안겨 줍니다만, 아버지들은 보통 그 점에서 뒤떨어집니다. 물론 자식 사랑에 어머니보다 뛰어난 아버지도 가끔 있습니다만, 일반적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식들의 마음에 아버지의 자리가 크지 않습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니 아버지가 불쌍해졌습니다. 아버지도 자식들을 사랑한 것은 마찬가지인데, 다만 표현할 줄 모른다는 혹은 표현하기에 서툴다는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평생 자식을 위해 고생은 똑 같이 하고 자녀들의 마음의 자리는 어머니에게 양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짐했습니다. 홀로 남으신 아버지를 더욱 사랑하겠다고. 몸으로 떨어져 있으니 마음 뿐이지만, 마음이라도 그렇게 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