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2019.03.31 그냥, 사람으로

교회 1층 사무실에서 CUMC의 백인 직원들과 함께 지낸 지 벌써 1년이 되어 갑니다. 한 주일에 적어도 열 명 이상의 직원들을 마주치고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눕니다. 그분들 중에는 겉으로는 아무 흠 잡을 것 없이 예의를 갖추어 대해 주지만 마음의 문은 닫혀 있는 분들이 계십니다. 백인 우월적 자세와 표정이 역력한 분도 있어서 가끔 마음이 상합니다. 그런가 하면 마음까지 활짝 열려 있는 분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이 더 많습니다. 그런 분들을 만나면 하루가 환해집니다.

마음까지 활짝 열려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분들의 공통점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분들이 저를 자신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느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분들의 눈에는 저의 피부 색깔이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의 국적이나 피부색이나 문화는 보지 않고, 그저 한 인간으로서 저를 대해 주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서 저는 그분들에게서 마음의 벽을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저는 다 인종, 다 문화 그리고 다 종교 사회에서 사는 사람으로서 나는 어떻게 다른 사람을 대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는 나와 다른 사람을 대할 때면 불편해 합니다. 특히 우리 한국 사람들은 우리보다 나아 보이면 지나치게 친절을 베풀고, 우리보다 못하다 싶으면 무시하고 외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모든 인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우리가 진실로 믿는다면 그런 습성은 고쳐야 합니다. 어떤 인종, 어떤 문화 혹은 어떤 종교를 가진 사람을 만나더라도 오직 그가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그 사람을 대하고 존중하도록 힘써야 합니다.

우리 한인 이민자들이 제일 어려워 하는 사람들이 성 소수자들입니다. 우리의 의식은 어릴 때부터 주입된 성관념에 고착되어 있습니다. ‘남자 다움’과 ‘여자 다움’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남성이나 남성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여성을 볼 때 거북함을 느낍니다. 그런 느낌을 받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그 느낌을 따라 그 사람들을 차별하면 안 됩니다. 동성애적 성관계에 대한 입장은 다를 수 있다 해도, 성 소수자들의 인격에 대해서는 최선의 존중을 해 주어야 합니다. 가장 좋은 것은 ‘저 사람이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는구나!’라고 느끼게 해 주는 것입니다.

성지 순례 차 요르단에 갔을 때 저는 많이 긴장했습니다. 그 나라는 무슬림이 절대 다수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어느 곳에서도 제가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차별 대우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 때 저는 그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만일 내가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이 사람들이 나를 달리 대했다면 얼마나 불편하고 불안 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나도 역시 나와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을 그냥 인간이라는 하나의 이유로 정중하게 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것이 예수께서 하신 말씀 즉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여라”(마 7:12)는 말씀에 순종하는 것입니다.

누구를 만나든 그 사람의 외적 조건에는 눈 멀고 그 사람에게 주어진 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에만 눈 밝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믿는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를 알리는 가장 중요한 행동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