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2019.03.17 역사를 만들고 이어간다는 것

지난 주말에 저는 미국에 있는 한인교회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교회 중 하나인 LA 연합감리교회 115주년 기념 집회를 인도하고 왔습니다. 을사조약이 체결되기 한 해 전인 1904년에 시작된 교회입니다. 한국에 선교사로 갔다가 남편을 여의고 홀로 돌아 온 플로렌스 셔면(Florence Sherman) 여사가 그곳에 살던 한인들을 모아 예배를 드린 것이 역사의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집회 인도를 위해 그곳에서 지내는 동안 저는 역사를 만든다는 것 그리고 역사를 이어간다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115년 동안 그 교회를 거쳐간 사람들을 생각해 보고, 그동안 목회자와 교인들이 흘린 눈물과 기도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또한 그 교회를 통해 구원의 은혜를 경험한 사람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이 시점에 제가 그 자리에 서 있다는 사실에 거룩한 전율을 느꼈습니다.

지금 그 교회는 중대한 도전 앞에 서 있습니다. 교회가 위치한 지역에 한인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 유입되는 이민자들이 없다 보니 교회가 고령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런 문제로 인해 다른 곳으로 이전해 볼 생각도 했지만 실현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너무 늦어 버렸습니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역사를 이어갈 묘수를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다행히 교회는 영적으로 살아 있었습니다. 저는 그 교회가 과거 115년보다 더 빛나는 역사를 이어갈 수 있게 해 주시기를 주님께 기도했습니다.

돌아오는 동안 저는 우리 교회를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우리 교회는 어떤 모습으로 역사를 만들어 가게 될까? 미래의 우리 교회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 교회는 얼마나 오랫동안 활력있게 사역을 해
나갈 수 있을까?

모든 교회는 한 두 세대 동안 쓰임 받고 사라집니다. 수백 년 동안 보존된 예배당 건물은 있지만, 그렇게 오래도록 왕성하게 사역하는 교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 동안 빛나는 사역을 했다 해도 때가 되면 역사 속에서 사라지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눈에는 길게 가는 교회가 있고 짧은 교회가 있지만, 하나님의 눈에는 한 순간 있다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교회든 영원하리라는 꿈은 헛된 꿈입니다.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동안 유익하게 쓰임 받으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저는 우리 교회가 오래도록 이 지역에서 활력 있게 사역하면서 믿지 않는 영혼을 회복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 쓰임 받기를 소망합니다. 언젠가 115주년 감사 예배를 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우리가 함께 뿌린 씨앗이 큰 나무로 자라 열매를 맺어 세상을 이롭게 하는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소망을 가지고 우리는 역사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우리의 후손들이 자랑스럽게 여기고 기쁘게 이어갈 거룩한 역사를 만들어 갈 수 있다면 더 없이 감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