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2018.11.04 뜻밖의 순례

저는 12일 동안의 독일 방문을 마치고 어제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교회를 지켜 주신 모든 교우 여러분과 목회자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이미 말씀 드린 것처럼, 제자 부부가 독일에서 공부를 하다가 2년 전에 아욱스부르그 한인교회를 담임하고 있습니다. 그 교회가 올 해 30주년을 맞았습니다. 교회가 성인으로 도약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서 집회를 준비하고 저를 초청해 주었습니다. 또한 아욱스부르그를 중심으로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 유적지가 많아서 집회를 마치고 며칠 동안 그 유적지를 중심으로 순례를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작년에 종교개혁 5백 주년을 맞으면서 꼭 가보고 싶었기에 겸사겸사 응했습니다.

아욱스부르그 한인교회는 약 70%의 유학생과 약 30%의 교민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도시에 한인이 많지 않아서 교회는 하나 뿐입니다. 이민 교회가 대개 그렇듯이 지난 30년 동안 부흥할 때도 있었고 침체할 때도 있었으며 천국같은 기쁨을 누릴 때도 있었고 분열의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30년 역사에 가장 부흥하는 시기라고 했습니다. 그럴수록 교회 내적인 도전은 더 많아지는 법입니다. 저는 빌립보서를 강해 하면서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내적으로는 따뜻한 품을 만들고 외적으로는 전도와 선교에 열매를 맺는 교회가 되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말씀을 전하는 동안, 30년 전 저의 토론토에서의 첫 목회 시절을 생각했습니다. 저도 당시에 논문을 쓰면서 목회를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미숙하고 어린 목사였는데, 교우들께서 사랑으로 품어 주셔서 꿈같은 목회를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그 시절을 그립니다. 그 교회도 내년에 30주년을 맞는다고 합니다. 세월은 이렇게 속절없이 흘러 갑니다. “세월을 아끼라”(엡 5:16)는 말씀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집회가 끝난 후에는 제자의 인도를 따라 마르틴 루터 유적지들을 돌아 보았습니다. 책으로 읽으면서 상상으로만 그려 보았던 지역을 방문하면서 역사가 살아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루터가 교황으로부터의 박해를 피하여 숨어 있었던 바르트부르그(Wartburg) 성입니다. 그곳에는 루터가 9개월 동안 숨어서 신약성서를 번역했던 방이 있습니다. 그 작은 방에서 숨어 지내던 루터는 자주 “이 유폐생활을 끝내고 교황과 타협하여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까?”라는 유혹에 흔들리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잉크병을 집어 던지며 “사탄아, 물러가라!”고 소리쳤습니다. 그 때 벽에 묻은 잉크 자국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저는 그 방에 서서 잠시 기도 올렸습니다. 오직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가기를 원했던 루터의 영이 저에게도 임하기를 기도했습니다. 루터가 교황으로부터의 박해로 인해 시험을 당했다면, 저는 저대로의 유혹과 시험을 만납니다. 그럴 때마다 루터처럼 유혹과 시험을 뿌리치고 끝까지 믿음의 길에서 완주할 수 있기를 기도했습니다. 어쩌면 루터가 대면했던 유혹보다 제가 대면하는 유혹이 더 교묘하고 은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점에서 이번 여정은 순례길과 같았습니다. 이 순례길에서 얻은 은혜는 앞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여러분에게 전해질 것입니다. 이 여정을 위해 기도해 주신 교우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