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2018.10.28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권리

저는 이 글을 독일의 남부 도시 아우구스부르그에서 쓰고 있습니다. 지난 화요일 오전에 도착하여 이틀을 지내고 지금은 집회를 준비 중입니다. 30년 전에 어느 가정에서 기도 모임으로 시작한 아우구스부르그 한인 교회는 이민 교회들이 그렇듯이 여러 번의 풍파를 견디고 오늘까지 역사를
이어 오고 있습니다. 이 도시에 한인 이민자들은 많지 않아서 한인 교회도 하나 밖에 없습니다. 제가 가르쳤던 제자 부부가 2년 전에 이 교회에 부임하여 섬기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30주년에 꼭 방문해 달라는 부탁이 있었기에 이번에 오게 되었습니다.

개신교회는 10월 마지막 주간을 ‘종교개혁주일’로 지키고 있습니다. 마르틴 루터가 95개조항의 개혁안을 내걸고 행동을 개시한 것이 1517년 10월 31일이었습니다. 아우구스부르그는 마르틴 루터의 생애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도시입니다. 이곳에 있는 성 안나 성당은 로마 교황청의 대표가
루터를 만나 신문 했던 곳입니다. 첫 날 여장을 푼 후에 그가 머물렀던 방을 찾아가 그가 남긴 정신을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집회가 끝난 후에 제자의 안내를 받아 며칠 동안 루터 유적지들을 둘러 보고 갈 예정입니다.

둘째 날에는 이곳에서 가까운 다카우(Dachau) 수용소를 방문했습니다. 1933년에 정치범을 수용하기 위해 세워진 이 집단 수용소는 1945년에 히틀러 정권이 패망하기 전까지 기록에 남겨진 것만 32,000명이 죽음을 당한 곳입니다. 홀로코스트 뮤지엄에서 모형으로만 보았던 시설들을 직접 보니 마음이 묵직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곳에서 행해진 여러 가지 생체 실험 사례들을 돌아 보는 동안에는 구역질 같은 것이 속에서 올라와서 참기 힘들었습니다. 인간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잔인성이 얼마나 지독한 지를 목도 하며 치를 떨었고, 짐승만도 못한 대접을 받다가 참혹하게 죽어간 수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생각하니 한숨이 났습니다.

다카우 방문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여러 가지 생각이 제 마음을 사로 잡았습니다. 인간의 야만성이 가장 잘 제어되고 있는 시대에 태어나 인간다운 삶을 위한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를 인정받으며 살고 있는 우리는 인류 역사에 있어서 가장 큰 행운을 누리고 있는 셈입니다. 이 시대에 태어나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 더 없이 큰 축복임을 새삼스럽게 확인하며 감사 드렸습니다. 동시에 지금도 이 세상 어느 곳에선가에는 히틀러 정권의 잔악성에 비견될만한 악행을 음모하고 실행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오늘도 집단수용소에서 무력하게 희생된 사람들과 같이 인간 이하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우리 모두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권리와 평화는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가 그에 대한 값을 치렀기 때문에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와 같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 빚진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가 누리는 행운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우리와 같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 행운이 퍼져 나가도록 힘써야 합니다. 우리가 선교를 하자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에게 무상으로 주어진 축복의 일부를 쪼개어 다른 사람들과 나누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할 수 있다면 축복 중에서도 가장 큰 축복인 복음을 나누려는 것입니다. 이 땅에서 자유와 권리와 평화를 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나님의 자녀로 회복되어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다음 주일에 여러분을 뵐 것을 기대하며 오늘 그리고 내일은 이곳에서 만나는 성도들을 위해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에게도 주님의 은총이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