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2018.09.02 와싱톤사귐의교회 문화세우기 (4) “만만한 사람, 쉬운 사람”

지난 주일 오후 목사관에서 새 교우를 맞는 환영 만찬이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기존 교우 중 한 분이 자신을 소개하면서 “저는 뭐 하나 잘 하는 것 없어서 교회에서 맡겨 주는 일이면 아무 소리 안 하고 순종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교회에서 가장 필요한 사람은 ‘능력 있는 사람’이 아니라 저분처럼 ‘만만한 사람’, ‘쉬운 사림’입니다” 라고 응답했습니다.

누군가 나를 만만하게 여기는 것은 기분 나쁜 일입니다.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여 실력을 기르고 성공하려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만만한 사람 혹은 쉬운 사람으로 취급 되지 않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속한 조직 사회에서 때로 목소리를 높이고 다투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까다로운 사람 혹은 어려운 사람으로 인식이 되면 함부로 취급 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생존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자칫 만만하게 보이면 이용 당하고 버림 받기 쉽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질서와 원리를 실험하는 곳입니다. 교회는 생존 경쟁의 마당이 아니라 자신을 희생하여 서로를 섬기는 상생의 자리입니다. 만만하게 보여도 좋고 쉬워 보여도 좋은 곳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자신을 낮추어 서로를 섬기라고 하고, 바울 사도는 서로 남을 낫게 여기고 다른 사람의 유익을 먼저 살피라고 했습니다. 만만한 사람, 쉬운 사람이 되라는 뜻입니다. 자신을 활짝 열어 놓고 “무엇이든 시키십시오. 제가 하겠습니다”라는 자세를 가지라는 뜻입니다.

하나의 교회가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수 많은 사람들이 다 각기 다른 일들을 맡아 행해야 합니다. 저는 교인들이 교회에서 섬기는 일로 인해 정신적으로나 육신적으로 소진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그렇게 되려면 교회의 짐을 여러 사람들이 나누어 져야 합니다. 짐을 골고루 나누어 지게 하려면 때로 누군가에게 짐을 맡아 달라는 부탁을 해야 합니다. 그럴 때 ‘이 사람이면 이 짐을 맡아 주지 않을까?’ 싶은 사람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막상 그 사람에게 연락하여 부탁하는 데에는 적잖은 망설임이 있습니다. 거절 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입니다. 목회를 하다 보면 수 없이 거절을 당하게 되어 있습니다. 거절 당하는 것에는 맷집이 생기지 않습니다. 당할 때마다 상처를 받습니다. 그렇기에 조심스럽게, 어렵게 말을 꺼냅니다. 그럴 때 “예, 제가 하지요” 라는 응답이 오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만만한 사람, 쉬운 사람은 세상에서 이용 당하고 무시 당하지만, 하나님 나라에서는 가장 귀한 사람입니다. 하나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들로 인해 교회는 하나님의 따뜻한 품으로 변해갑니다.

존 웨슬리의 기도 중에 “저는 주님의 것입니다. 쓰시고 싶으시면 쓰시고 버리고 싶으시면 버리십시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것이 저와 여러분 모두의 기도가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