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2018.05.27 하나님의 섭리

지난 24일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적으로 취소한 것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실망하고 또 분노하고 있습니다. 모처럼 조성된 남과 북의 화해 분위기가 ‘지속 가능한 평화’로 이어지기를 기도 했던 우리도 역시 실망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북한에 대한 미국 정부의 태도로 인해 불안감을 느꼈습니다. 북한이 아무리 코너에 몰려 있다 해도 한 번에 모든 것을 내려 놓으라고 압박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하나의 독립 국가로서의 기본적인 존엄성을 인정해 주면서 단계적으로 일을 풀어 갔어야 했습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우리가 크게 실망하고 또한 분노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남북정상회담으로 인해 우리의 기대감이 너무 부풀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을 지켜 본 사람들은 대부분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진척되는 화해 분위기로 인해 놀랐습니다. 너무도 급격한 변화가 너무도 빠르게 일어났습니다. 그랬기에 화해와 통일에 대한 우리의 기대가 근거 없이 한껏 부풀어 올랐습니다. 이런 정도라면 북미 정상회담에서 뭔가 빅딜이 일어날 것 같이 생각이 되었습니다.

돌아 보면, 그것은 애시당초 가당치 않은 기대였습니다. 북한과 미국의 거리가 얼마나 먼지를 깜빡 했던 것입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지를 잠시 잊었던 것입니다. 두 사람은 지구 상에 있은 국가 원수들 중에 가장 예측할 수 없고 가장 단순하며 또한 가장 복잡한 인물입니다. 또한 같은 사태를 두고 두 나라가 이면에서 두고 있는 셈은 복잡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러니 이 문제는 본질적으로 많은 논의와 협상과 인내와 시간이 필요했던 일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분노와 실망감을 다독이면서 다시 기도할 일입니다. 우리가 소망하는 지속 가능한 평화에 이르려면 이번과 같은 우여곡절을 여러 번 겪어야 합니다. 이 모든 일은 예측 불능의 두 지도자에게 걸려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 걸려 있습니다. 인간이 만들어 내는 실수와 악행까지도 묶어서 선을 만들어 내시는 하나님께서만 하실 수 있는 일입니다. 만일 두 지도자를 통해 지속 가능한 평화가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순전히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난 주에 읽은 사도행전 5장의 가말리엘의 이야기를 기억합니다. 가말리엘은 사도 바울의 스승이었습니다. 당대에 가장 존경 받는 율법 교사였습니다. 산헤드린 의원들이 예수의 추종자들을 처리하는 문제를 두고 논란을 벌일 때 그가 중재 하면서 한 말이 있습니다. “만일 이 일이 하나님에게서 난 것이면 막을 수 없고, 하나님에게서 난 것이 아니면 그냥 두면 소멸될 것입니다.” 남북의 관계도 그렇습니다. 만일 지속 가능한 평화가 지금 이 시기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려는 선물이라면, 모든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결국 실현될 것입니다. 하지만 만일 그렇지 않다면 이 모든 일이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이 알아서 하시겠지!”라고 생각하고 팔짱 끼고 있으라는 뜻입니까? 아닙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뜻이 어떤 것인지를 알지 못하기에 우리가 생각하는 최선을 소망하고 또한 그 최선을 위해 각자 노력해야 합니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최선이 하나님의 뜻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님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것을 기억하면 내가 생각하는 최선을 위해 일관되게 노력하는 동시에 나의 뜻과 다른 결과에 대해서도 받아들일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그것이 아니면 안 돼!”라는 아집은 또 다른 폭력을 낳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더욱 더 고개 숙여 주님의 평화와 은총을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