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2017.11.05 일본, 일본인, 일본 교회


저는 일본 제국주의의 압제를 직접 겪어 보지는 못했지만 일본에 대한 막연한 적대 감정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스스로를 한국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겠지요. 1954년에 월드컵 예선전을 위해 일본으로 출국하는 국가 대표 선수들에게 당시 축구 협회장인 장택상씨가 “일본에게 지면 귀국하지 말고 현해탄에 빠져 죽어라”고 했다지요. 그런 까닭에 선수들도 일본과 맞붙을 때면 항상 경기력 이상의 실력을 발휘하곤 했습니다. 그것이 우리 한국인의 보편적인 감정이고, 저도 그것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 감정이 저로 하여금 일본과 일본 문화에 대해 담을 쌓고 살게 만들었습니다. 그런 감정을 공유하고는 있지만 그 감정을 넘어 일본을 있는 그대로 품어 안기 위해 힘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번 토요일에 우리 교회에서 ‘엔도 슈사쿠의 문학과 신앙’에 대해 강의하고 주일 예배에서 설교를 하게 될 김승철 교수가 그런 사람 중 하나입니다. 김교수님은 고려대학교에서 물리학을 공부한 다음 감리교 신학대학 대학원에 진학하여 신학에 발을 들여 놓았습니다. 저도 같은 해에 입학하여 3년 동안 같이 지냈습니다. 대학원 졸업 후에는 석사 장교에 선발되어 군생활도 함께 했습니다. 전역 후에 제가 미국으로 올 때 그는 스위스 바젤 대학교로 가서 신학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하여 부산신학교에서 가르치다가 2001년부터 일본에서 자리를 잡고 살고 있습니다.

물리학도 출신답게 그는 과학과 신학의 관계에 대해 연구하며 글을 써 왔고, 기독교와 다른 종교, 특히 불교와의 관계에 대해 오래도록 연구해 왔습니다. 그는 대학교 2학년 때 엔도 슈사쿠의 <침묵>을 읽은 이후로 그의 문학에 대해 관심을 가져 왔습니다. 지금 그는 일본의 엔도슈사쿠학회의 운영위원으로 일하고 있고 <엔도슈사쿠 사전> 편집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펴낸 <엔도 슈사쿠, 흔적과 아픔의 문학>에는 엔도가 쓴 작품들에 대한 신학적 해설을 담아 놓았습니다.

저는 그동안 일본에 대해 관심 없이 살아 왔습니다만, 이번 연속 설교를 준비하면서 읽은 여러 책들을 통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생겨나고 일본인들의 문화와 심리에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뿐만 아니라, 세계 기독교 역사 상 가장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일본 기독교에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친구와의 이번 만남이 기대가 됩니다. 그가 20년 가까이 일본에서 살면서 경험하고 배운 것들을 통해 저의 견문을 넓히고 싶습니다.

여러분에게도 그 기회를 드리기 위해 공개 강좌를 마련했습니다. 토요일(11일) 오전 9시부터 본당에서 가지는 모임에서는 먼저 1시간 정도 강의를 듣고 나머지 2시간 정도는 질의 응답을 통해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을 가질 것입니다. 주일에는 설교를 통해 한 번 더 그와 만남을 가질 것입니다. 이 아름다운 계절에 열린 귀를 가지고 오셔서 여러분의 마음에 신선한 바람이 부는 것을 경험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