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2017.01.15 영화 Silence

지난 주,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를 보았습니다. 아직은 소수의 영화관에서만 상영하고 있습니다. 역시 명불허전, 그 이름에 걸맞는 명작을 만들어 냈습니다. 영화를 보고 와서 복음서의 예수님의 운명 장면과 시편 22편을 다시 읽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저에게는 하나님의 침묵보다 인간의 악마성이 더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하나님의 침묵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이 생각하고 씨름해왔기 때문일까요? 예수를 믿는다는 한 가지 이유로 무력하게 그리고 무참하게 죽임 당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 보면서 “왜 신은 이리도 침묵하시는가?”라는 질문이 아니라 “왜 인간은 이리도 악한가? 왜 인간은 이리도 집요하게 신을 거부하는가?”라는 질문이 더 자주 솟아 올랐습니다. 끝을 모르는 인간의 사악함에 치를 떨었습니다.

또한 거대한 악의 현실 앞에 서 있는 인간의 연약함으로 인해 마음 아팠습니다. 기치지로는 분명히 극단적인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 극단적 인물 설정이 오히려 인간의 악마성을 더 부각 시켰고 또한 인간의 연약함을 선명하게 보여 주었습니다. 힘을 가진 인간이 얼마나 악해질 수 있으며, 때로 인간은 악의 현실 앞에서 얼마나 무력하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흔들림을 거치면서 인간은 점점 강해져 갑니다. 기치지로가 마침내 순교자로서 죽을 용기를 얻은 것처럼 말입니다. 기치지로 역할을 한 배우 요수케 구보주카의 표정 연기가 압권입니다. 영화 내내 비겁하고 연약하고 비열한 표정으로 일관하던 그는 비밀을 품고 끌려가는 마지막 장면에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됩니다. 비열한 짐승의 표정에서 존엄한 한 인간의 표정으로 변화됩니다.

참 고통스러운 영화였습니다. 과연 이 영화가 상업적으로 성공할까 의문입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돈 내고 이런 고통을 사겠습니까? 하지만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전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임재가 자주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하나님은 여전히 함께 하시고 말씀 하신다는 것 그리고 침묵 중에도 말씀하시고 부재 중에도 함께 하신다는 것이 그가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이 영화를 보시려는 분은 꼭 소설을 먼저 읽기를 권합니다. 소설만이 아니라 작가의 글을 묶어 놓은 <침묵의 소리>도 같이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영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영화에는 끔찍한 장면이 몇 있습니다. 심약한 분들은 마음 준비를 하십시오.

전에 말씀 드린 것처럼, 이번 사순절 기간 동안에 이 소설과 영화로 연속설교를 하려 했는데, 아무래도 시기가 조금 늦어질 것 같습니다. 비디오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올 해가 지나기 전에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대하고 또한 기도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