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2016.12.04 엔도 슈사쿠의 ‘침묵’

엔도 슈사쿠는 현대 일본 작가 중에서 외국인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사람입니다. 신실한 기독교 신앙인이었던 그는 심오한 사상과 탁월한 문학적 재능으로 많은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일본 문단에서 그는 일반 문학과 종교 문학의 경계선을 허문 사람으로 인정 받고 있습니다. 그의 대표작은 1966년에 발표되어 수 많은 언어로 번역되어 읽히고 있는 <침묵>입니다. 미국과 유럽 신학대학에서도 이 소설은 꼭 읽어야 할 도서 목록에 올라 있습니다.

17세기 일본에서 기독교인에 대한 박해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마지막 남은 선교사가 끝내 배교했다는 소식이 그 선교사의 본국인 포르투갈에 전해집니다. 그 선교사의 제자 신부 두 사람이 사정을 알아 보겠다며 일본에 잠입합니다. 그 이후로 두 신부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것이 이 소설의 대강입니다.

저는 이 책을 20대 신학생의 입장에서 처음 읽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추수감사절에 시간을 내어 다시 읽었습니다. 이번 성탄절에 개봉될 영화 때문입니다. 아카데미 감독상에 빛나는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이 이 소설을 수 년 동안 공들여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얼마 전에 티저 영상이 나왔습니다. 스콜세지라는 이름에 대한 신뢰 때문에 기대가 큽니다.

30여년 만에 다시 읽는데도 책에서 눈 떼기 어려울 정도로 사로잡혔습니다. 그리고 이 독서는 저에게 또 다시 많은 생각을 해 주게 만들었고, 그 여파로 요즈음 한국 교회사와 순교자들의 일기를 읽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침묵’이라는 주제는 진실한 믿음을 추구하는 이들이 한 두 번은 거치는 문제입니다. 그것이 처음에는 ‘문제’로 보이지만 그 침묵을 통과하고 나면 하나님에 대해 새로운 눈이 열립니다. 엔두 슈사쿠가 이 소설을 쓴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하나님의 침묵이 하나님의 ‘부재’ 혹은 하나님의 ‘무관심’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요 활동 방식 중 하나라는 사실을 전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이런 뜻에서 저는 교우들에게 이 소설의 일독을 권합니다. 필요한 분들을 위해 한글 번역본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구입하여 읽으셔도 되고, 빌려 읽으셔도 됩니다 영어로 읽으실 분들은 Shusaku Endo, 를 구입하시면 됩니다. 일본어 책도 인터넷 서점을 통해 구입할 수 있습니다. 먼저 소설을 읽고 나서 영화를 감상하시면 더 깊이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내년 사순절 기간 동안에 이 소설과 영화를 가지고 연속 설교를 하여 이 소설이 제기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다루려 합니다. 사순절이야말로 하나님의 침묵을 붙들고 씨름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기대하시고 또한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