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2016.10.30 예의 없어 보이나요?

지난 주부터 주보에 직분 표기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의 문화적 전통은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부를 때 어떤 직함을 붙여서 높여 주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에 반하여, 서양 전통은 친근함과 평등성의 표현으로서 서로 이름을 부릅니다. 직함이 중요한 문화이다 보니 한국 교회에서는 평신도 직분(집사, 권사, 장로)을 중요하게 여겨 왔습니다. 그것이 개인의 영적 성숙과 교회의 일꾼을 키우는 일에 어느 정도 공헌을 했습니다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습니다.

우리 교회를 건강한 기초 위에 세우기 위해 고민하고 기도하는 중에 저는 직분 제도를 시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저 혼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어서 마음에 품고만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교회의 기초를 다지고 골격을 세우기 위한 토요 성경 공부(‘어떤 교회가 될 것인가’)를 하는 중에 그것이 대다수 교우들의 바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참석자들은 모두 직분자들 중심의 교회가 아니라 모두가 주어진 은사를 따라 섬기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했습니다. 교우들의 의견이 그렇게 모아지는 것을 보고 저는 하나님께 깊이 감사드렸습니다.

그래서 지난 주부터 주보에 직분 표기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또한 앞으로 교회의 공식적인 모임에서 평신도 직분을 사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냥 이름만 부르면 예의 없어 보이니 ‘형제’, ‘자매’ 혹은 ‘교우’라는 칭호를 사용하겠습니다. 원래 감리교회는 평신도 직분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감리교회의 운영은 직분자들이 아니라 모든 성도들이 ‘공천위원회’의 공천을 따라 섬기게 됩니다. 이미 받은 직분은 하나님께서 주신 직분이므로 본인이 간직하시면 됩니다. 또한 사적인 자리에서는 얼마든지 그 직분을 사용해도 됩니다.

아울러, 교회로 모인 자리에서 사회적인 직분(사장, 박사, 원장, 교수 등)을 사용하지 마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교회 직분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으니 사회적인 직분도 마찬가지여야 합니다. 교회는 세상과 전혀 다른 질서가 통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세상이 서로 높아지기를 힘쓰는 곳이라면, 교회는 서로 낮아지기를 힘쓰는 곳입니다. 우리 교회는 세상에서 높임 받는 이들이 스스로를 낮추고 그렇지 못한 이들이 높임 받는 곳이어야 합니다. 그러한 변화의 첫 걸음으로 직분을 사용하지 않는 연습부터 시작하십시다. 감사합니다.